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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1년 시리즈 01. 치질수술, 그 후 1년 (2)

HANIM 2020. 8. 27. 00:37

2020/08/26 - [Every Tuesday] - 그 후 1년 시리즈 01. 치질수술, 그 후 1년 (tmi 주의)

 

그 후 1년 시리즈 01. 치질수술, 그 후 1년 (tmi 주의)

제목이 좀 치욕스럽지만,,, 나는 작년 여름에 치질 (정확하게는 치핵) 수술을 했다. 쓰려고 쓰려고 고민을 많이 하면서 1년이 지나버렸다. 더 지나기 전에 써 보는 그 이틀간의 tmi. 이런 사진을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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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 모두 쓰려고 했지만 너무 길어서 1편 2편으로 이어서 쓴다.

나는 2박 3일동안 입원을 했다

 

수술 후 여러가지가 불편한데,
마취가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억지로 소변을 보기 위해 침대 위 소변대야에 엎드리는 것도 꽤 괴롭다.

마취 때문에 아무 느낌은 안 나지만 링거를 맞고 있어 방광은 엄청나게 부풀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이것도 못해서 ㅠㅠ 수술 후 거의 반나절이 지나서야 화장실에 어기적어기적 걸어가서 해결했다.
(tmi: 수술 후엔 환부 주위에 주먹만한 거즈덩어리가 붙어있다)
심지어 링거도 끌고가야 함.

간호사 선생님들이 젊으니까 할 수 있다고, 계속 시도해 보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셔서 ㅋㅋㅋㅋ
일처리 후 기쁜 마음에 호출기에 대고 선생님 저 해결했어요!! 외치고
선생님은 잘했다고 칭찬해 주시고 ㅋㅋㅋㅋ (간호사 선생님 정말 극한 직업 ㅠ)

 

하지만...
수술 후 가장 무서운 것이 무엇인지 아나? 

씻지 못하는 것? 아니! 
병원밥을 먹는 것? 아니! 

마취가 풀린 후 보는 첫 응아이다...!

수술로 인해 세상에서 가장 연약해진 돈고로 깨진 유리를 낳는 느낌이다.
오 진짜 1년이 지났지만 아직 생생하다.

계속 식이섬유를 먹어서 응아는 해야 하고, 해야지 나을 수 있다고 하는데
할 때마다 (심지어 내가 시간을 선택할 수도 없다) 내 환부가 찢어져나가는 느낌이었다.
응아할 때 아프지 말라고 진통제를 알약으로 주시면서
일처리하기 한시간 전에 먹으라고 하시는데

그 한시간 전을 제가 어떻게 아나요 선생님 ㅠㅠ

진짜 지옥같았다.. 
배변활동에 문제가 이제껏 없었는데 ㅠㅠ 내가 왜 수술을 해서 이 개고생을 하나
이런 현타도 수차례...

 

둘째 날 아침

 

첫날은 금식이어서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엄마는 급기야 아프지말라며 눈물을 보이고 가셨다.

가족들이 없는 병실은 제법 휑했고
무통주사를 계속 맞았지만 환부가 꽤 아팠고 타는 느낌이 났다 ㅠㅠ
잠도 못 자서 새벽 회진 오신 간호사 선생님이 이렇게 못 자서 어떡하냐고 걱정을 하셨다.

그러나 이보다 견디기 힘들었던 건 
옆자리 할머니가 하루종일 이어폰도 없이 보는 동영상 소리와 전화통화 소리, 티비소리였다.. 제발....

둘째 날 아침도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샌데다 입맛도 없어 1/4도 먹지 못했다.

 

이건 점심

 

점심도 입맛이 없어서 제대로 밥을 뜰 수 없었다. 밥 자체가 맛없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국물은 꽤 많이 먹을 수 있었다. 둘째 날 저녁이나 마지막 날 아침엔 그나마 2/3 정도 먹은 것 같다.

 

입원하는 내내 와서 같이 있어준 고마운 동생

 

입맛이 없을 때 먹는 복숭아 스무디는 진짜 최고의 선택이었다.
가까운 거리가 아닌데도 입원 내내 함께 있어준, 진짜 너무나 의지되고 고마웠던 동생 ㅠㅠ
역시 자매 최고! 자매 최고!

둘째 날부터는 주먹만한 거즈도 떼고 거동이 제법 가능해서, 늦은 오후쯤에 커피를 마시러 밖에 나가기도 했다.

진짜 괜찮아서 오지 말래는데도 일 끝나고 바로 달려왔던 동생2와 엄마도 참 고마웠다. 
막 이럴 때마다 가족들 생각하면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그런 느낌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꼼꼼하게 안내해 주신다

 

퇴원하면서 약 2주 후에 수술 경과를 보기 위한 예약을 해야 한다.

가족들이 차로 데리러 왔는데 내 돈고는 차에 앉기엔 너무나 연약해 거의 시트에 엉덩이만 걸치고 왔다.
병원에선 거의 누워있었기 때문에 몰랐던 불편함,,,
우리나라 도로의 과속방지턱은 진짜 높고 많다는 것 또한 깨달았다.

 

 

누나가 돈고수술 끝내고 이용하려고 꺼내놓은 도넛방석을 먼저 차지한 우리 강아지 애비
누나가 진짜 많이 사랑해...❤🤎

 

 

(태그 쓰는거 진짜 치욕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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