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까지는 분명 -30도를 넘나드는 평범한 겨울 날씨였는데 갑자기 이번 주에 -3도 ~ 0도의 무려 영상 기온을 보였다. 눈이 녹고 고드름이 녹고 바닥이 슬러시처럼 질퍽해지고, 얼었던 호수가 녹았다. 이러다 곰 깨겠다고 농담도 했다.
눈이 오지 않는 맑은 날은 하늘이 참 예쁘다. 날도 낮엔 그리 춥지 않다. 이 정도의 날씨만 지속되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든 취업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많은 워홀러들, 특히 이민까지 생각해 취업 전선으로 뛰어든 모든 이들이 그럴 것이다. -20도는 가뿐히 넘는, 매일 눈이 오고 20분 이상 걸으면 몸이 아파오고 허벅지를 갉는 것 같은 위니펙의 추위를 뚫고 레주메를 그렇게 돌렸었다. 매일 깻잎카페를 뒤지는 포인트는 일자리, 위니펙으로 검색어를 넣고 닥치는 대로 키지지와 인디드에서 지원을 했다. 매니토바 스타트, 이민자센터와 ofe에서 정보를 얻으려고 노력했었고, 잡 세미나와 면접 트레이닝, 자격증 시험 자리가 있으면 빠짐없이 참석했다.
엑셀로 정리해 보니 딱 100개의 구직활동을 했다. 그 중 네 번의 면접을 봤고 마지막으로 구직했던 이 곳으로 왔다. 그리고 착실히 6개월을 일하고, 6개월이 되는 날 MPNP를 신청했다.
다시 겨울이 시작됐다. 내가 이 곳에 왔던 4월도 지금처럼 겨울이었다. 나는 제법 안정적으로 살고 있고, 작년엔 벌써 두 번의 해외여행과 한 번의 캐나다 국내 여행을 다녀왔다. 중고이지만 차도 있다. 빚도 없다. 어느 하나 나쁠 것이 없는데 나는 왜 고민하고 싫증내고 초조해 하고 있는걸까.
얼마 전 이런 이야길 나눈 적이 있다. 분명 잊어버릴 걸 알면서, 간절한 일이 생길 때 "이것만 해결해주시면 뭐든 하겠다"는 기도를 한다고. 하나님은 나를 참 많이도 참고 계신다. 바라던 것이 주어지면 나는 곧 잊는다. 알면서도 반복한다. 이런 인간의 역사는 아주 유구하다. 그래서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내가 바라는 것을, 바라오고 이루어 낸 것들을, 소중한 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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