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동기를 500자 이내로 서술하시오’라는 문장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일단 보류하고 다음 문장으로 넘어왔으나 이내 멈추었다. 봉사활동, 동아리, 취미, 특기. 어느 항목 하나 쉽게 채울 수 없었다. 셀 수 없이 많은 지원서를 써 내면서 나는 늘 같은 이유로 쩔쩔맨다. 거창한 동기가 없다는 것. 우연히 혹은 그냥 좋아서 시작한 일들의 집합이 지금 내 인생인데. 자기소개를 하기 위해서 나는 좋아하는 것들에 그럴싸한 이유를 가져다 붙여야만 했다. ‘책이 좋아 독서를 취미로 가졌다’고 말하면 ‘매력 없는 사람’으로 보일 것이 분명하니까. 어설프게 포장된 문장들이 흩어진 노트북을 밀어놓고 테이블에 엎드렸다. 옆에 바싹 붙어 앉은 커플들의 대화가 귀에 꽂힌다. 여자는 남자에게 날 ‘왜’ 좋아하느냐고 묻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