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 Tuesday

그 후 1년 시리즈 02. 이혼

HANIM 2020. 9. 30. 01:59

 

 

나혜석 화가가 죽은지 70년이 지났지만 다를 바가 없다

 

 

1. 사실 1년 하고도 한 달 여의 시간이 지났다.


쓸까말까 많은 고민을 했지만 내 인생에서 정말 큰 부분을 차지한 이벤트이기 때문에 기록해 보려고 한다.
이래놓고 안 올릴 수도 있다... 내가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 인식이 아직 이 정도라는 거겠지ㅠㅠ

정말 용기내서 한 선택이고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지만 씁쓸한 순간도 분명히 있다.
그렇지만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내 인생에서 했던 큰 선택들 중 가장 잘 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2. 이혼 절차는 정말 간단하다.
부부가 관할 법원에서 협의이혼확인의사를 받은 후, 관할 사무소에 이혼 신고를 하면 된다.

 

서울 기준의 관할 법원들

 

 

관할 법원을 포함 절차를 알아볼 수 있는 곳이다. help.scourt.go.kr/nm/min_3/min_3_2/min_3_2_1/index.html

 

협의이혼절차 - 협의이혼안내 - 가사 - 전자민원센터

(라) 부부 중 일방이 외국에 있으면 재외국민등록부등본 1통이, 교도소에 수감중이면 재감인증명서 1 통이 필요하고, 송달료 2회분(구체적인 금액은 접수담당자에게 문의)도 납부하여야 합니다.

help.scourt.go.kr

여기에 큰 절차들은 모두 나와 있고 내가 몰랐던 몇가지 점을 이야기 해 보자면,

  1. 우리집 근처에 가까운 가정법원이 있는데 이전에 살던 집주소로 되어 있어서 집에서 1시간이나 되는 곳으로 가서 힘들었던 점 - 전입신고를 이혼 전이라도 미리 할 수 있다.
  2. 각자의 가족관계증명서와 혼인관계증명서를 떼어와야 하는데 주민등록번호 13자리가 다 보여야 한다. - 이걸 몰라서 법원 1층에서 다시 발급받음

어쨌든 이 일로 법원에 난생 처음 가봤다. 큰 건물들이 많아 어디로 가야 할지 헷갈리지만 민원동으로 가면 된다. 법원마다 같을지는 잘 모르겠는데 내 경우 가족관계등록계에 갔다. 분위기를 보고 대번에 알 수 있다. 아 이곳이구나,,,!

생각보다 분위기는 음울하지 않았고 더운 여름날이어서 그런지 서로 손선풍기를 쐬어주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 곳에서 협의이혼의사확인신청서를 함께 작성하고, (오 이제 함께, 부부 이런 말들이 너무 이상하게 들림 ㅋㅋㅋㅋ)
준비해 온 서류 (가족관계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필요하면 주민등록등본)들을 제출하면 확인기일을 안내해 준다.

 

 

 

여기서 그 유명한 4주 후...!가 나온다. 이혼숙려기간이다.
나는 7월 중순에 갔고 그로부터 한달 여 후인 8월 중순에 확인기일을 받았다. 정확히 한 달은 아니었다. 아마 좀 더 일찍 갔으면 좀 더 이른 날짜를 받을 수 있었으려나? 모르겠다. 이건 딱히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확인기일을 일주일 간격으로 2번 주는데 두 개의 기일 중 한 날에 둘이 함께 출석하면 된다. 
이 날 이혼의사확인을 하는데 생각보다 사람도 엄청 많고, 사건번호 순서대로 호명하는데 안 온 사람들도 제법 있고, 내 또래 젊은 사람들도 많았다. 
나는 가장 마지막 순서였다. 대기실에 있다 직원분의 안내에 따라 사무실로 들어가면, 판사님이 나와 상대의 이름을 부르고 이혼하시겠습니까? 라고 질문하고, 네 라고 대답하면 끝이다. 이 때 이혼확인서를 발급해 준다.

 

 

 

 

이 확인서를 들고 가까운 구청 (어디든 상관없다)에 가서 이혼신고를 하면 비로소 법적으로 남남이 될 수 있다.
구청에 가면 이혼신고서를 작성할 수 있고 주민등록증과 도장이 필요하다.

 

 

 

 

내가 갔던 구청에서 줬던 안내문. 한국의 공공서비스는 정말 최첨단에 친절하기까지 하다!!

다시한 번 말하지만 전입신고를 미리미리 해서 가까운 법원으로 가자. 전입신고는 민원24시(곧 정부 24시로 바뀜)에서 언제든 할 수 있다. 

 

와씨 내가 이혼이라니!!!!! (아니 근데 이 언니 패션 무슨 일이야)

 

이혼 후 1년, 사실 바로 캐나다로 돌아갔어야 했지만 각종 일과 코로나^^로 발목이 잡혀 아직 한국에 남아있다.

가장 많이 변한 건 아무래도 내 인생에 대한 고민이 더 많아졌다는 점인 것 같다.
그때도 내 선택이고 이렇게 말하는 게 웃기기도 하지만
결혼 당시 어린 나이에 잘 모르고 밀어부쳐져서 어영부영 결정하게 되었다면,
지금은 오롯이 내 선택이기 때문에 정말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나만 생각하면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다. 진짜 나만 생각하는 내 삶! 이렇게 이기적인 내가 어떻게 그 타의적인 종노릇을 하고 살았는지 정말!! 할 말은 정말 많지만 다 기억나지도 않고 기억하고 싶지도 않아서 이만~

 

그렇다. 나는 28일부터 월차를 내고 쉬고 있고 이 길고도 긴 일주일동안 어떠한 스트레스도 받지 않을 예정이기 때문에 예전의 내가 너무 안타까워서 써보는 글이다.

예전에 스벅에서 일할 땐 일부러 추석에 일을 신청해서 자발적으로 나가기도 했다. 엄청 바쁘다는 걸 아는데도 일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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