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ews.v.daum.net/v/20190406075018910
깊게 패인 팔(八)자 주름, 관절 압박 장비에 지팡이까지..생전 처음 마주했던 '나이 듦'의 무게감
노인(老人)이 돼보는 걸 자처하고 있었다. 다들 한 살이라도 덜 들어 보이려 애쓰는 판국에 노인 체험이라니. 계기는 딱 한 가지는 아녔다. 그간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거기엔 누군가의 죽음도 있었다. 재작년에 아내의 할머니 두 분이 잇따라 돌아가셨다. 서른이 넘은 뒤 가족이 숨진 건 처음이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라 그런지 기분이 이상했다. 입관하는 자리서 할머니를 만졌는데 딱딱했다. 장모님과 장인어른이 “엄마, 편히 가세요”를 부르짖고 오열하는 걸 봤다. 그 때 '나이 듦'에 대한 생각을 했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시간이라는 것에 대해.
그러다 '눈이 부시게'란 드라마를 봤다. 스물 다섯 김혜자(극 중 이름이 실제 배우 이름)는 어느 날 갑자기 엄마, 아빠보다 늙어버렸고, 그 충격에 끼니도 거른 채 며칠 밤낮을 방에서 나오지도 못했다. 친구들과는 예전처럼 놀 수 없었고, 남몰래 사랑하던 이에겐 그 사실을 말할 수조차 없었다. 어찌나 연기와 대사가 탁월한지 12회 내내 본방사수하며 과하게 몰입하면서 봤다. 결말은 스포일러라 말할 수 없지만, 꽤나 반전이었고 충격이었다. 그리고 김혜자가 마지막 장면서 활짝 웃을 때쯤엔 다시금 생각에 잠겼다. 나이 든다는 게 뭘까 생각했다.
그래서 한 번 노인이 되어보기로 했다. 어떻게 할지 고민이 됐다. 어쭙잖게 하고 싶진 않았다. 외모뿐 아니라 몸도 똑같이 불편했음 했다. 일단 한 TV 광고에서 힌트를 얻었다. 노인 분장을 하고 사진을 찍는 광경이 담겼다. 맨눈으로 봐선,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분장이 정교했다. 몰랐으면 그냥 노인이라 생각될 정도였다. ‘저렇게 하면 괜찮겠다’ 싶었다. 그리고 찾아보니 ‘노인 체험 장비’란 게 있었다. 착용하면 허리와 팔, 다리 관절을 압박한다고 했다. 그렇게 80대 노인 거동처럼 불편하게 만든다고 했다. 분장을 하고 이 장비를 착용하면 될 것 같았다. 물론 나이 듦에 따른 병(病)이나 시력 또는 기억력 감퇴나, 그런 것까진 똑같이 못하겠지만. 그래도 짐작해보기로.
그렇게 80세 노인의 하루를 살기로 했다. 3월28일 아침부터 밤까지 체험했다.
평소에 좋아하는 시리즈인데 이번 시리즈는 마지막에 약간 눈물이 핑 돌았다. 생각이 많아지는 글.
나도 요즘 오늘 하루를 잘 살자는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이 기자님의 글을 보니 더욱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Others > Articl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던파 효자' 넥슨 자회사 네오플, 전직원에 아이폰12 쏜다 - 정말 부럽다... 8ㅅ8 (0) | 2021.02.02 |
---|---|
사회적 거리두기 수도권 2.5단계 2주 연장, 설 연휴 직계가족이라도 5인 이상 안돼! (0) | 2021.01.31 |
일본 작가 키타하라, "나는 평창에서 얼어죽지 않고 귀국했다" (0) | 2018.02.26 |
페미니즘은 좋은 남성들을 기른다 Feminism breeds good men (0) | 2017.12.01 |
관계 속 가장 끔찍한 폭력 "가스라이팅" (0) | 2017.1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