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마지막 날인 어제 점심, 카페에 다녀온 잠깐 사이 집에 이상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동생은 한참 잠긴 목소리로 너도 라면 먹을거냐고 물었다. 밝은 목소리로 당연하지 대답했지만 어울리지 않아 얼른 입을 닫았다. 아빠가 방에 계셨지만 식탁엔 나와 엄마, 동생 3인분의 식기만 올랐다. 조금 후 방에서 쟁반을 들고 나온 아빠는 혼자 라면을 끓여 식사를 했는지 4구 반찬 접시와 작은 냄비 등등을 부엌에 갖다 둔 후 바로 집을 나갔다. 식탁 위 묘하게 무거운 분위기가 티비를 보면서 밥을 먹으니 좀 걷혔다. 엄마가 슬쩍 입을 뗐다. 아빠가 아침에 갑자기 화를 냈다고. 내가 별 생각 없이 왜 설인데 밥도 안 차려주냐고 화냈냐고 했더니, 엄마가 눈을 크게 뜨시며 내가 한 말 토씨도 안 틀리고 그대로 이야기했다고 놀라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