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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7

오늘 하루 잘, 살자

갑자기 하루하루가 아까워지는 순간이 있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강아지들을 볼 때 그렇다. 내 눈에는 아직도 내 손바닥만한 아가 강아지인데 언제 다 커서 이제 10살이 훌쩍 넘었다. 2년만에 한국에 간 작년 가을, 애비는 눈이 안 보이기 시작했고 산책할 때도 예전처럼 걷지 못했다. 예전만큼 리드줄을 당기는 힘이 팽팽하지 않았다. 또또는 저 앞에 가는데 애비는 그 뒤를 따라갔다. 캐나다에 있는 동안 어렴풋이 애비 건강이 안 좋아지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개바보를 넘어 개호구 수준인) 내가 속상해 할까봐 우리 가족은 나한테 제대로 이야기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당연했다. 애비는 17살이 넘었고 사람 나이로 치면 아흔이 넘은 거다. 캐나다로 떠날 때 부터 마음의 준비는 했었지만 막상 닥치는 세월의 흔적을..

Every Tuesday 2019.04.12

근황

1. 한 달 정도 한국에 다녀왔다. 추석 기간엔 동생들과 LA 여행을 했다. 영주권 기다리는 한 달은 너무 긴데 노는 한 달은 찰나와 같이 지나갔다. 위니펙 오는 비행기에서 오.. 어찌나 싫던지 ㅜㅜ LA에서의 햇볕은 온데간데 없고 싸늘한 비만 내렸다. 2. 그래도 그 추운 날 덕분에 훈훈한 온기가 더 소중함을 느꼈다. 3. 다시 찾은 일터는 고요하고 변하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2년만에 찾은 한국은 모든 게 달라져 있었다. 4. 제일 많이 변한 건 나였다. 일단 사람 많은 거에 적응을 못했고 눈 감고도 찾아갔었던 집 근처 번화가에서 길을 잃었으며 (!!) 비염과 중이염으로 싸워야 했다 ㅜㅜ 5. 제주도 동쪽에 있는 섬 우도에 가면 "신토불이" 라고 써있는 비석이 있다. 우리 것이 제일 좋은 것이여~ 좀..

Every Tuesday 2017.10.14

행복해지기엔 해야하는 일이 너무많아서

그 시절 나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다. 스무 살을 떠올리면, 약속에 늦은 사람처럼 늘 초조해하던 마음부터 생각난다. 약속 시간은 이미 지났고, 길은 꽉꽉 막혀 있는데, 버스는 신호마다 다 걸리고 마는 그럴 때의 마음. 스무살이, 대학생이, 성인이 되면서 이제 막 무언가를 시작했다고 여겼는데, 마음은 벌써 초조했다. 막히는 버스에 갇혀서 내다보면 거리의 사람들이 보였다. 다들 세상에서 제자리를 찾아내 부지런히 살아가는데, 나는 그냥 이 도시를 부유하는 사람 같았다. 나도 뭔가 되어야지, 내 자리를 찾아야지. 그러려면… 뭐부터 해야 하더라? 막막한 맘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 나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다. 열심히 해야 하는데 무엇을 열심..

Others/Articles 2017.09.04

터널을 지나는 법 - 이동진

그리스 신화에서 저승까지 찾아가 아내 에우뤼디케를 구해내는데 성공한 오르페우스에겐 반드시 지켜야 할 금기가 주어집니다. 그건 저승을 다 빠져나갈 때까지 절대로 뒤를 돌아봐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지요. 그러나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속 설명에 따르면 “그녀를 보고 싶은 마음에, 그녀가 포기했을까 두려움에 사로잡혀” 그는 그만 뒤를 돌아보고 맙니다. 이로 인해 아내를 데려오는 일은 결국 마지막 순간에 수포로 돌아가고 말지요. 구약 성서에서 롯의 아내도 그랬습니다. 죄악의 도시 소돔과 고모라가 불로 심판 받을 때 이를 간신히 피해 떠나가다가 신의 명령을 어기고 뒤를 돌아보는 바람에 소금 기둥이 되었으니까요. 금기를 깨고 뒤돌아보았다가 돌이나 소금 기둥이 되는 이야기는 전세계 도처에 널려 있지요. 우리의 경..

Every Tuesday 2017.08.19

2017년 반이 흘렀다

이번년도는 정말.. 반밖에 안 지났는데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서 속이 시끄럽다.. 지난주 화요일엔 고속도로 달리는 길에 우리 차 트랜스미션이 나가는 바람에... ^^...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기게 생겼다. 심지어 내가 운전 중이었음. 엑셀이 말을 안 들어 엄청엄청 무서웠지만 겨우 갓길에 세워 큰 사고는 면했는데, 그보다 더 무서웠던 건 트랜스미션의 가격이었다 ^^ 왜 하필 트랜스미션이지요...? 내 차는 왜 닛산이죠...? 왜 여기엔 닛산 매장이 없나요?... 이쯤되면 자동차랑 나랑은 인연이 아닌가 싶고 왜 이런 일은 한번에 일어나는지도 모르겠다. 어제는 케첩 캔에 오른 새끼손가락이 깊게 베여서 아직까지 욱신욱신하다. 그 지난주엔 엄지손가락이 아이스 스쿱에 찢어졌는데 흡 ㅠㅠ 내 오른손의 수난시대 ㅠㅠ..

Every Tuesday 2017.08.01

참 따뜻한 요즘

​ ​​​지난 주까지는 분명 -30도를 넘나드는 평범한 겨울 날씨였는데 갑자기 이번 주에 -3도 ~ 0도의 무려 영상 기온을 보였다. 눈이 녹고 고드름이 녹고 바닥이 슬러시처럼 질퍽해지고, 얼었던 호수가 녹았다. 이러다 곰 깨겠다고 농담도 했다. 눈이 오지 않는 맑은 날은 하늘이 참 예쁘다. 날도 낮엔 그리 춥지 않다. 이 정도의 날씨만 지속되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든 취업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많은 워홀러들, 특히 이민까지 생각해 취업 전선으로 뛰어든 모든 이들이 그럴 것이다. -20도는 가뿐히 넘는, 매일 눈이 오고 20분 이상 걸으면 몸이 아파오고 허벅지를 갉는 것 같은 위니펙의 추위를 뚫고 레주메를 그렇게 돌렸었다. 매일 깻잎카페를 뒤지는 포인트는 일자리, 위니펙으로 검색..

Every Tuesday 2017.01.20

MPNP 주정부 이민, 연방 영주권 진행하면서

MPNP 승인 후 정리와 기록 겸 남기는 글 사실 캐나다에 처음 왔을 때, 딱 1년 전 오늘, 캐나다에서 영주권을 신청하려는 생각이 많지 않았다.하지만 캐나다에서 계속 지내면서, 여유로운 삶이 부러워 오래 캐나다에서 지내고 싶었고 그 방법을 찾다 영주권까지 오게 된 것 같다. 아무래도 캐나다에서 가장 영주권 받기 쉬운 주가 매니토바 주여서 위니펙으로 왔고,위니펙에 대해서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ㅠㅠ 참 많이 헤메이기도 했다.그래도 어찌어찌 신분이 해결되어 조금은 안정되게 됐고 계속 (힘들지만) 일도 하게 됐고, 여러모로 도전이었던 1년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건 종종 "아 내가 여기에서 왜 이러고 있는거지?" 싶었을 때였다. 한국에서 그렇게 힘들게 지냈으면서 그래서 다시는 한국에서 안 살겠다고 수없이 다짐했..

Every Tuesday 2016.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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