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 Tuesday

가끔은 참

HANIM 2017. 7. 20. 13:58


1. 7월이 반이 지났다. 지난 4월부터 2달간 즐겨 봤던 프로듀스 101이 끝나면서, 아 이제 소년들이 가면 어떻게 시간을 보내내 싶었던 마음이 무색해진다. 몇 주 후면 정식으로 데뷔도 한단다. 물론 내가 응원했던 소년은 아쉽게 떨어졌다. 그 당시 우습게도 분노에 사로잡혔었다. 누가 봐도 내 원 픽은 현 데뷔 멤버보다 부족한 게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방송 편집과 담당 피디와 줄세우기를 좋아하는 이 나라 문화와 비뚤어진 팬덤 문화 등 욕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욕을 했었던 것 같다.

2.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잊어버렸다. 나는 내가 언제 분노했나 싶게 지금 아주 잘 지내고 있다. 신기하기만큼 지금 워너원 친구들이 궁금하지 않다. 나는 내 삶이 있고 꽤 바쁘고, 또 멀리 떨어져 있다. 굳이 찾지 않으면 아예 모르고도 평생을 살 수도 있을 정도이다. 그들과 나는 철저하게 남이다.

3. 나는 사람과의 관계에 아주 적극적이진 않아도 사람을 좋아하고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한다. 그리고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해 잘 대하려 노력한다. 이게 옳은 것일까 라는 생각은 굳이 해 보지 않았다. 그냥 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블로그로 내 삶을 (어느 정도) 공유하는 것이기도 하다. 내 다이어리처럼 하루하루 기록하는 것에서 시작했지만, 내가 작게나마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면 그래서 상대방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그걸로 행복하기 때문이다.

4. 그런데 문제는 내가 노력했음에도 맞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는 거였다. 미움 받을 용기가 없다거나, 모든 사람이 날 좋아해야 된다는 생각이 아니다. 반드시 모든 사람이 같은 마음과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분명 마음을 나누었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도움이 필요해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생각이 깨지는 때가 생기는 거다. 이럴 때는 내 마음을 어떻게 달래주어야 할 지 모르겠다. 내가 너무 내 마음을 쉽게 내준 걸까. 예상치 못한 공격은 방어할 틈도 주지 않고 열린 마음에 너무나 쉽게 들어온다. 당황스럽다. 어떻게 내 마음을 위로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5. 그냥 우두커니 그 마음을 바라보며 내가 떠올린 건, 사람은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해야 하는 존재라는 친구의 말이었다. 내가 믿을 수 있는 건 주님 뿐인데, 또 어리석었다.
참 씁쓸하지만 어쩌랴, 나는 잘 까먹는 사람이고 나의 호의는 멍청하게 사라졌으며 그래서 공허한 나의 마음만 남은 걸.
그래서 그런지 요즘 공기가 괜히 을씨년스럽게 느껴진다. 비가 올 것만 같다. 내 마음도 비가 오고 한 번 씻겨야 다시 맑아질 것 같은 느낌이다. 


6. 왜 밖에서 만난 남을 조심하라고 했는지, 너무 믿지 말라고 했는지 알 것 같다. 그래 어차피 남은 남이니, 이렇게 마음 쏟다가도 금방 잊어버리겠지. 그래도 좀 무섭다.



사진은 노을 지는 세팅 레이크 (Setting L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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