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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습격] 성공하는 글쓰기의 7가지 습관

HANIM 2015. 3. 19. 11:15

논술이란 의미를 두고 생각한다면 굳이 시험을 앞둔 학생들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논술이란 생각을 정리하여 전달하고 설득하는 다채로운 언어 전략과 개성적인 글의 운영 모두를 포함한다. 따라서 논술은 단순히 ‘강의’로 습득할 수 있는 지식이 아니라, 삶의 태도나 습관에 가까운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습관이 좋으면 논술 실력이 향상될 수 있다고 보는 건, 그 때문이다. 그러면 스티븐 코비가 아니라 ‘빈섬 코비’가 말하는 ‘성공하는 논술의 일곱 가지 습관’을 기억하고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 그런데 그걸 실천하면 어떻게 될까. 빈섬 스타일의 잡식성 글쟁이가 되겠지 뭐. ㅎㅎ

글쓰기가 쉽다고 말하는 사람을 믿지 말아라. 대개 글쓰기는 쉽지 않다. 글을 쉽게 쓰는 것과 글쓰기가 쉬운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글을 쉽게 쓰는 건 소통의 수준을 독자에 맞추려는 노력이다. 글쓰기가 쉽다고 말하는 건 글의 기본을 갖추는 것은 노력만 하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글의 기본을 갖췄다고, 글이 매력적으로 되는 건 아니며 더구나 좋은 문장과 좋은 논술이 되는 것도 아니다. 논술은 독자를 설득하고 독자에게 의미있는 ‘새로움’을 전달하는 솜씨를 포함한다. 거기엔 기본을 넘어선 ‘전략’과 스타일이 필요하다. 기본을 잘하는 건 문법책과 어휘 사전을 자주 들여다보면 된다. 논술하는 습관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1. ‘크로스 독서’를 하라. 그냥 책을 읽는 습관도 나쁘지는 않다. 물론 그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맞으리라. 그러나 생각을 키우고 정리하려면 서로 비교하고 연관짓는 독서법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신데렐라라는 동화를 읽는 경우, 신데렐라 스토리를 다르게 전개한 요즘에 나온 ‘새로운 발상’의 동화와, 영화 ‘신데렐라’와 드라마 ‘신데렐라’를 함께 보고 읽고 그 속에 들어있는 생각과 관점들을 비교하여 따져본다. 거기다가 ‘백설공주’와 ‘잠자는 숲속의 공주’ 그리고 우리나라의 ‘콩쥐팥쥐’와 ‘연이와 버들잎 소년’을 같이 읽어 보라. 그러면 동서양의 관점과 인식, 그리고 사회제도 속의 인간관계들의 차이를 읽어낼 수 있다. ‘계모’에 대한 생각들을 비교할 수 있고, ‘공주’에 대한 관점도 정리해볼 수 있다. 공주 이야기에 나오는 신발 한짝과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모노산달로스‘를 연결시켜 이야기를 전개할 수도 있다. 

2. 끝까지 물고가야할 ‘힘있는 의견’을 포착하는 습관을 기르라. 논술은 ‘나의 주장을 반대하는 나’와 나누는 대화이다. 내 의견을 내놓을 때, 그것에 대해 ‘왜?’라고 묻는 집요한 ‘나의 그림자’를 늘 의식하는 게 좋다. ‘왜?’ 대신에 ‘아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라는 부정(否定)의 의견도 좋다. 질문과 부정이 마음 속에 항상 따라다니도록 하라. 이것은 논지를 튼튼하게 하고 설득력있게 하는 방법이다. 내가 ‘미인은 잠꾸러기다’라는 주장을 하려고 할 때, 내 마음 속의 그림자는 내게 묻는다. ‘왜 미인만 잠꾸러기야?’ ‘잠꾸러기만 왜 미인이야?’ 또 이렇게 고개를 젓는다. ‘아냐. 내가 아는 미인은 잠이 별로 없어.’ ‘잠꾸러기 그 친구 알지? 걔가 미인이란 말야?’ 이런 질문과 핀잔에 대해 정교하게 대답을 해나가다 보면 내 의견은 보강되고 튼튼해진다. 그런 질문을 견딜 수 없다면 그런 ‘문제’들을 흡수하여 의견을 수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3. 이미 있는 지식을 읊조리는 게 아니라 지식과 지식의 행간에서 생겨나는 나의 견해들을 내놓는 게 논술이다. 고대 그리스의 민주정치와 인터넷 공론장에 관한 얘기를 말하라고 할 때 그리스 얘기와 인터넷 얘기를 붙이면 되는 게 아니다. 직접 민주주주의 간접 민주주의로 이행되는 과정에는, 인구의 문제가 있다. 사람이 늘어나면서 대면(對面)과 직접 소통을 통해 집단의 정책을 결정하는 일이 쉽지 않아진다. 그런데, 인터넷은 ‘대면’과 직접 소통과 상당히 유사한 화상 채팅과 메신저 대화를 가능하게 했다. 이런 기술이 ‘인구 증갗로 생긴 직접 민주주의의 제약 조건을 해결한 셈이다. 이런 방식으로 접근을 하면, 과연 직접 대면과 화상 채팅이 같은 수준으로 이해될 수 있느냐의 문제 등에 자신의 의견을 실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나의 생각, 나의 의견’이다. 그 생각과 의견이 설득력과 전달력을 갖추고 있어야 힘있는 논술이 된다. 많은 것을 알고 있고 여러 가지 사실들을 꿰고 있다고 반드시 ‘좋은 논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을 때 여백에 나의 생각을 적는 행위는 좋은 논술 습관이다. 그 ‘생각 메모’들이 모여, 논술의 뼈와 살을 이룬다.

4. 글쓰기는 ‘매력의 기술’이다. 누군가가 내 말을 듣고 있으며 그 듣는 귀가 내 말의 논지를 채택해야 한다. 내 논지의 바이어가 내 앞에 앉아있다고 보면 된다. 그럴 때 나는 무슨 말을 할 것인가. 내가 하고싶은 말만 늘어놓는 건 좋은 세일즈 방식이 아니다. 상대방이 관심있어 하는 주제와 상대방을 즐겁게 하는 말투로 얘기를 해나가야 한다. 매력적인 이야기의 기본은 할 말을 잘 정리하는 것이다. 정리된 의견은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정리된 말 만으로 상대를 끌어들이긴 어렵다. 정리된 골조를 지니되, 글의 흐름은 리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빠른 호흡이 필요할 때가 있고 느린 호흡이 필요할 때도 있다. 대시하듯 확확 의견을 피력할 때도 있고, 조근조근 씹으며 사유하는 기분을 낼 때도 있다. 글 호흡의 리듬이 느껴져야 독자들이 빨려든다. 힘을 줄 때와 차분하게 말할 때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전달하려는 내용은 내가 팔 물건이라고 할 수도 있다. 매력적인 말하기는, 대개 개성을 잘 살릴 때 생겨난다. 딱딱하고 건조한 말하기가 ‘논술’은 아니다. 내 방식을 갖춰 독자의 귀를 열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5. 글 속에 마음을 넣어라. 글 속에도 마음이 들어있다. 나의 삶과 식견과 성향이 숨어있다. 논술은 어쩌면 독자의 마음과 내 마음이 벌이는 게임같은 것이기도 하다. 감정이 드러나는 것이 ‘마음이 들어있는 글’은 아니다. 냉철하고 간략한 글 속에도 마음을 집어넣을 수 있다. 마음은 글 표면에 헤프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글의 저류(底流)를 흐르면서 독자의 마음 속에 들어가 ‘마음’으로 살아나는 것이다. 마음이 들어간 글을 쓰기 위해선, 글쓰는 열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글쓰기가 즐거워야 한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면 반드시 마음이 일어난다. 그 마음을 붙잡아 글을 쓰는 훈련을 하는 것이 좋다. 단순한 독서감상문이나 영화평을 쓰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지금 읽은 책과 이전의 다른 체험들을 엮어서 생각할 때 생겨나는 마음을 붙잡는 것이 더욱 좋다.

6. 예거(例擧)는 과학이다. 설득력을 높이려면 예를 드는 것이 중요하다. 예거의 문장은 과학적으로 느껴지게 해야 한다. 예문이 수상쩍으면 설득력이 확 떨어진다. 사례는 구체적이고 치밀하고 분명한 것들을 채택하는 게 좋다. 예를 너무 많이 드는 것은 핵심을 산만하게 할 수 있다. 나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힘있고 매력있는 예거를 뽑아내는 실력이 진짜 논술 실력이다. 

7. 절제는 힘이 있다. 매너있게 글을 쓰는 습관이 중요하다. 글의 매너는 논지와 상관없어 보이지만, 실은 독자에게는 논지에까지 영향을 준다. 신중해보이는 태도는 논지를 더 정확하게 보이게 하고, 겸허한 화법들은 논지 구성의 충실도와 화자의 성실도를 높여놓는다. 가장 중요한 매너는 절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디자인의 대원칙인 ‘Less is More'를 글쓰기에서 상기할 필요가 있다. 조금 덜하는 듯 하는 것이 지나친 것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다. 중언부언과 산만함은 논술의 최대 적이다. 독자를 너무 기다리게 하지말고, 무리하게 끌고 다니며 현혹시키지도 말고, 또 작별인사를 끝낸 독자를 붙들고 군더더기 말을 건네지 말아야 한다.

이상국 편집부장·디지털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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